“일본인 자존심을 치켜세워 주면서 레스토랑 가이드를 팔아보려는 미슐랭(Michelin)의 상술(商術)이다.” “편견이다. 도쿄에 가장 많은 별을 준 건 전 세계 다른 어떤 도시보다 맛있는 식당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발매된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版)이 세계 미식가들과 요리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 대상이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프랑스의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이 아시아에서 가이드북을 발간하기는 이번이 처음.
아시아 첫 미슐랭 가이드라는 점도 화제지만, ‘별(star)점’을 후하게 줬다는 게 더 화제다. 미슐랭이 이번 도쿄판에 실린 식당에 부여한 별을 모두 더하면 191개. 다른 어떤 도시보다 많다. 파리가 64개, 뉴욕은 42개에 불과하다.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은 식당도 여덟 곳이나 된다. 파리 식당 중에선 열 곳, 뉴욕은 세 곳뿐이다.
- ▲ 미슐랭 도쿄판에서 최고 등급인 '별 3'을 받은 음식점과 요리들. 1. 조엘 로부숑 2. 하마다야 3. 칸테산스 4. 조엘 로부숑 내부 5. 칸테산스 입구 6. 로오지에 입구
별 셋을 받은 식당 중 다섯 곳은 일식, 셋은 프랑스식이다. 일식당 다섯 중에서 ‘고주(小十)’와 ‘하마다야(濱田家)’, ‘간다’는 일본 전통 코스요리인 가이세키 식당. 나머지 둘은 생선초밥집 ‘스시 미즈타니(?水谷)’와 ‘스키야바시지로(次郞)’이다. 두 초밥집이 별 셋을 얻은 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미슐랭은 맛이 탁월하더라도 서비스와 쾌적한 시설 등을 아우르는 ‘안락함(comfort)’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별 셋을 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두 초밥집은 이 항목에서 1점(5점 만점)을 받았다. ‘로오지에(L’Osier)’와 ‘칸테산스(Quintessence)’는 일본에서 프랑스요리 전통에 충실한 레스토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조엘 로부숑(Jo?l Robuchon)’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랑스식으로, 서비스와 인테리어로 더 알려졌다.
도쿄판에 실린 식당 150개가 모두 별을 최소 하나씩 받았다는 점은 유럽과 미국 요리사들을 특히 자극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슐랭이 가이드북에 실린 모든 식당에 별을 준 건 1900년 초판이 발간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일본인을 모욕하지 않겠다는 미슐랭의 상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FT는 자사 자매지 레제코(Les Echos)의 도쿄특파원 미셸 드 그란디(De Grandi)를 인용, “별 하나 때문에 요리사가 자살하기도 하는데, 모든 식당에 별을 하나씩 주다니?”라고 덧붙였다.
별점을 후하게 준 배경에 상업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비난에 대해 미슐랭은 ‘도쿄에 훌륭한 식당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미슐랭 편집장 장-뤽 나레(Naret)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도쿄에는 16만여개인 반면, 파리는 2만여 개, 뉴욕은 2만3000여 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식당 입지 선정에 까다로운 유명 요리사들조차 아시아에 진출할 경우, 첫 선택지로 꼽는 나라인 까닭에 유명 셰프의 식당이 넘쳐난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도쿄는 세계 미식가들이 몰리는 ‘미식 도시(gourmet city)’가 됐다”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셰프 중에서 적어도 40명이 일본에 식당을 열었으며 이 중에서 미슐랭 스리스타 셰프는 20명은 된다”고 말했다. 나레 편집장은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도쿄에 와 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와 보면 도쿄 레스토랑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환상적 수준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이번 미슐랭 선정 결과에 안도를 넘어 환호하는 분위기다. 음식평론가 야마모토 야스히로는 “도쿄에 있는 일식당 수준이 전반적으로 매우 높다고 판단했던 내 의견이 확인됐다”고 기뻐했다. 일본에 체류 중인 레스토랑 칼럼니스트 이윤화씨는 “지난 3월 미슐랭 도쿄판이 나온다는 뉴스가 발표되면서 평가단(일본인 2, 유럽인 3)에 외국인이 많아 일본 식문화를 이해할지 의문이라는 음식 관계자들이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5명의 평가단은 1년 동안 1500여 개 식당을 방문하고 맛봤다. 가이드에 오른 150개 식당 중 일식은 약 60%, 나머지는 대부분 프랑스식이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발간하는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레스토랑 평가서로 매년 3월 초 발행되며 연간 60만부 이상 팔린다. 2001년부터는 관광을 뺀 식당 가이드만 ‘레드 가이드(Guide Rouge)’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미슐랭’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등급 표시는 포크 5개와 별 3개. 포크 5개보다 윗 등급이 별 1개. 미슐랭 별점은 음식, 서비스, 청결상태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세 기준은 비밀이다.
프랑스 ‘고미요(Gault Millau)’도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이다. 미국에는 ‘재갯 서베이(Zagat Survey)’가 있다.